챗GPT를 매일 쓰는데도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고 있다면 문제는 AI가 아니라 기억입니다. 헤르메스는 내 컴퓨터에 상주하며 나를 기억하는 오픈소스 AI 비서입니다. 설치 한 줄부터 첫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진짜 비서가 되는지까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.
"AI한테 뭘 물어볼 때마다 내 상황 설명부터 다시 하고 있다."
저는 이게 AI를 쓰다 마는 사람들의 공통 패턴이라고 봅니다. 새 채팅을 열 때마다 내 직업이 뭔지 무슨 일을 하는 중인지 처음부터 브리핑해야 하니까 어느 순간 귀찮아서 검색으로 돌아가게 됩니다. 비서를 채용했는데 매일 아침 신입이 앉아 있는 셈이죠.
헤르메스(Hermes Agent)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도구입니다. AI 연구소 Nous Research가 공개했고 핵심이 세 가지입니다. 대화를 기억에 쌓아두고, 반복해서 시키는 일은 처리하는 기술(스킬)을 스스로 만들어 저장하고,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로도 부를 수 있습니다. 그래서 저장소 소개 문구가 "당신과 함께 성장하는 에이전트"입니다. 오래 쓸수록 신입이 아니라 내 업무를 아는 경력자가 돼 갑니다.
설치 명령은 터미널이라는 프로그램에 붙여넣습니다. 이미 컴퓨터에 들어 있어서 따로 깔 것은 없습니다.
command +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"터미널"을 입력한
뒤 엔터를 칩니다.
시작 버튼을 누르고 "PowerShell"을 입력한 뒤 엔터를 칩니다.
curl -fsSL https://hermes-agent.nousresearch.com/install.sh | bash
iex (irm https://hermes-agent.nousresearch.com/install.ps1)
글자가 주르륵 올라가다 멈추면 설치가 끝난 것입니다. 같은 창에
hermes라고 입력하고 엔터를 치세요. 처음 한 번은
설정 마법사가 떠서 어떤 AI 모델을 두뇌로 쓸지
질문하는데 답을 고르는 방식이라 어렵지 않습니다.
hermes를 입력했는데 "command not found"라고
나오면 실패가 아닙니다. 터미널 창을 완전히 닫고 새로 연 다음 다시
입력해 보세요. 설치 직후에는 새 명령어를 창이 아직 못 읽어서 생기는
현상입니다.
이 도구로 첫날부터 대단한 걸 시키면 실망합니다. 아직 나를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. 제 추천은 반대로 갑니다. 첫 일주일은 일을 시키는 기간이 아니라 나를 가르치는 기간으로 잡으세요. 기억이 쌓이는 도구는 초반 투자가 이후 체감을 결정합니다.
아래 프롬프트로 내 기본 정보를 심어두세요. 이 5분이 앞으로 모든 답변의 기본값이 됩니다.
회의에서 나온 결정사항이나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"기억해둬" 한 마디와 함께 던지세요. 정리하지 말고 던지기만 하는 게 요령입니다. 정리는 비서 몫입니다.
"이번 주에 내가 말한 것들 정리해줘"라고 물어보세요. 여기서 처음으로 이 도구가 챗봇과 다르다는 게 체감됩니다.
매주 하는 일 하나(주간 보고 초안 잡기 같은 것)를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 시키세요. 반복되는 일은 처리 방식이 스킬로 쌓여서 갈수록 손이 덜 갑니다.
지금부터 내 업무 비서야. 다음 내용을 기억해두고 앞으로 모든 답변에 반영해줘. - 나는 [직업/하는 일]이야 - 지금 진행 중인 일: [프로젝트나 목표] - 내가 원하는 답변 스타일: 결론부터, 짧게, 존댓말로 이해했으면 기억한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줘.
기억해둬. 오늘 회의에서 [결정된 내용]로 하기로 했어. 다음 주까지 [할 일]을 해야 해.
이번 주에 내가 말한 할 일과 결정사항을 정리해줘. 아직 안 끝난 것 같은 일이 있으면 물어봐줘.
할 일이 카톡·메모앱·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유형입니다. 위의 "던져두기 → 금요일 회수" 루틴만 돌려도 흩어진 할 일이 한 비서에게 모입니다. 요점은 기록 장소를 옮기는 게 아니라 기록을 대화로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. 정리 형식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.
헤르메스는 텔레그램·디스코드·슬랙에 연결해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. 연결해 두면 출퇴근길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텔레그램으로 던져두고 책상에 앉아 이어받는 흐름이 됩니다. 연결 방법은 위 GitHub 원본의 안내 문서에 있습니다.
주간 보고·모임 공지·거래처 회신처럼 형식이 반복되는 일이 있다면 두세 번 같은 방식으로 시켜보세요. 반복 작업의 처리법이 스킬로 쌓이는 게 이 도구의 설계라서 회차가 갈수록 설명이 줄어듭니다.
헤르메스 자체는 무료 오픈소스입니다. 다만 두뇌로 연결하는 AI 모델에 따라 그쪽 이용료가 별도로 있을 수 있습니다. 설정 마법사가 안내하는 선택지에서 고르면 됩니다.
네. 터미널을 쓰는 건 설치 한 줄뿐이고 그다음은 전부 대화입니다. 이 페이지의 루틴도 코딩이 아니라 말로 하는 것들입니다.
저장소 설명 기준으로 월 5달러짜리 저사양 서버에서도 돌아갈 만큼 가볍게 설계돼 있습니다. 일반 노트북이면 충분합니다.
채팅 사이트는 대화가 끝나면 관계도 끝나는 구조에 가깝고 헤르메스는 기억과 스킬이 내 쪽에 쌓이는 구조입니다. 일회성 질문은 기존 챗봇, 반복 업무와 개인 맥락이 필요한 일은 헤르메스로 나눠 쓰는 것을 권합니다.
내 컴퓨터(또는 내가 설치한 서버)에 설치되는 도구라 기억도 내 환경에 쌓입니다. 회사 기밀처럼 민감한 내용은 어떤 AI든 넣기 전에 회사 보안 정책을 먼저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.